한국농어촌공사의 승진시험 문제 유출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1997년부터 무려 7년에 걸쳐 문제가 조직적으로 유출됐고 비리에 가담한 인원만 60여 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농어촌 공사는 좀 더 공정한 시험 관리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인 사회능력개발원에 승진시험 시행을 위탁했으나, 내부 구성원이 외부 기관의 담당자와 결탁하여 시험문제를 유출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특별 법인인 한국생산성본부 산하 사회능력개발원은 각종 공사 및 공·사기업의 채용 및 승진시험 출제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7회에 걸쳐 한국농어촌공사 승진시험을 위탁 처리했고 그 때마다 시험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부정합격자는 공소시효 이전인 2007년까지 31명, 2008년 이후부터 25명 등 총 56명으로, 문제를 유출한 사회능력개발원 전 리크루트센터장 엄 모(57)씨와 이를 알선한 한국농어촌공사 충남본부 소속 3급 윤 모(54)씨 등 2명에게 1인당 1000~2000만원씩 총 6억950만원을 대가로 지불했다.
경찰은 윤 씨 등 5명을 업무방해 및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에게 문제를 받아 시험을 치른 25명은 배임수재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공소시효 이전인 2007년 이전 가담자 31명은 불입건한 뒤 기관 통보할 방침이다.
이번에 덜미를 잡힌 이들 가운데서는 충남지역에서만 2007년 이전 11명, 2008년 이후 15명 등 총 26명이 부정시험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로 전체 부정 응시자 중 약46%에 해당한다.
1997년 최초 범행 2명 부정합격 , 2000 년농어촌 공사 통합 출범으로 범행 배경
최초 부정시험은 1997년 윤 씨가 본사 총무과 인사팀에 근무하면서 출제기관에 근무하던 엄 씨에게 접근해 '시험문제를 빼주면 2000만원을 지불하겠다'고 유혹, 자신과 또 다른 윤 모(53)씨 등 2명이 3급 시험에 부정합격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0년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 등 3사가 통합돼 농업기반공사로 출범하고 2005년 한국농촌공사, 2008년 한국농어촌공사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부정시험을 확대하는 계기를 찾게 된다.
통합 당시 농지개량조합(4000여 명), 농어촌진흥공사(2000여 명)에 비해 농지개량조합연합회(800여 명)는 상대적으로 소수였기 때문에, 농지개량조합연합회 소속이었던 윤 씨는 세를 확장한다는 명분으로 농지개량조합연합회 출신 동료들을 범행에 가담시켰다.
윤 씨는 이 과정에서 부정 합격시키기로 한 응시자에게 “3∼6개월만 술 끊었다고 소문내고, 가방 들고 출퇴근하면서 공부하는 척 해라, 승진시험 문제를 빼 줄 것이니, 1∼2 문제만 틀려라, 미리 1000만원을 주고, 나중에 1000만원을 더 줘야 한다. 만약 안 될 경우를 대비해서 영수증을 써주겠다”고 주문하는 등 시험 몇 달 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03~2007년까지 31명을 부정 합격시킨 대가로 2억9400만원을, 2008~2011년까지 25명에게서 3억1550만원을 받는 등 56명에게 6억95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